
단단한 치아의 안쪽에는 부드러운 신경과 혈관조직이 있습니다. 마치 죠스바와도 같죠.
"신경치료한 치아는 꼭 씌워야 하나요? 다른 치아는 신경치료 하고도 10년동안 안씌우고 잘 썼는데..."
환자들 중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신경치료할 때 뚫은 구멍만 막으면 될 것 같은데, 치과의사들은 왜 꼭 씌우라고 하는지 이상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선 신경치료가 어떤 치료인지 부터 알아야 합니다.

신경치료과정(그림출처:UKdental.uk)
신경치료는 충치가 심해지거나, 외상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치아내부의 치수(신경)가 손상되거나 손상이 예상될때
'치수조직을 제거하고 신경관 안쪽을 생체 불활성의 재료로 채워넣는 치료'를 말합니다.
즉 '치아 안쪽에 있는 신경'만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신경치료의 과정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충치가 생겨서 많이 썩고 아픈 치아를 신경치료 하기로 합니다.

1. 위쪽에 구멍을 내서 기구가 들어갈 공간을 만듭니다.

제거된 신경조직, 마치 오징어 다리 처럼 통통해보입니다.(연세구치과 사진)
2. 신경조직을 제거합니다.

3. 신경관의 길이를 측정합니다.

4. 신경관을 넓히고 안쪽에 더러운 조직을 깨끗하게 제거합니다.

5. 신경관 안쪽에 채워넣기 위한 모양을 형성합니다.

소독약을 넣고 5분이 지난뒤의 사진. 하얀 거품이 나면서 소독이 진행된다.
6. 신경관 안을 깨끗하게 소독합니다.


7. 신경관 안쪽을 커터퍼쳐(gutta-percha)라는 분홍색 재질로 채워 넣습니다.
신경관 치료는 이렇게 7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럼 신경치료한 치아와 보통 치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치아의 신경은 차갑고 뜨거운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신경치료를 한 치아는 차갑거나 뜨거운 느낌을 느낄 수 없습니다.

보라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치아를 붙잡고 있는 치주인대입니다. 일명 씹는 맛을 담당합니다.
(그림출처: Carranza's clinical periodontology)
'씹는 맛'을 느끼는 신경은 치아 뿌리의 바깥쪽에 붙어있는 '치주인대'에서 느끼게 되므로, 신경치료를 해도
이 감각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뿌리쪽에 염증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거나 파절과 같은 다른 손상이 있다면, 신경치료 이후에도 씹을 때
아픈 느낌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경치료한 치아는 왜 꼭 크라운으로 씌워줘야 할까요?

치아의단단한 바깥쪽 안쪽에는 혈관과 신경 세포가 있습니다.
(그림출처:pathway of pulp)
위에서 본것 처럼 치아는 마치 하나의 작은 장기처럼 치아내부의 혈액순환과 영양공급, 감각을 담당하기 위한
혈관과 신경이 존재하고, 또 세포들이 있어서 이 세포들이 신경관 안에서 치아가 손상되면 치수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2차 상아질이라는 것을 만들기도 합니다. 즉 살아있는 장기처럼 보입니다.

충치에 저항해 2차 상아질을 만든 모습. 분홍색 부분이 2차상아질
그래서 치아 내부에 존재하는 신경과 혈관등은 단단한 치아에서 유일하게 열려있는 뿌리 끝쪽의 구멍(치근단공)을
통해 치아 안쪽으로 들어가서 치아에 영양을 공급하고 치아 안쪽에 있는 세포들을 먹여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신경치료를 통해 치수조직을 제거한 치아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신경과, 혈관등이 모두 제거되게 되므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고 외부 자극에도 약해지면서 수분도 적어지고 잘 깨지는 상태가 됩니다.

고목나무 가지는 잘 부러지지만, 살아있는 나뭇가지는 부러뜨리기가 어렵습니다. (사진출처:다음블로그)
마치 살아있는 나뭇가지는 질기고 잘 휘어서 부러뜨리기 어렵지만, 고목나무의 가지는 툭툭 잘 부러지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래서 외부의 힘이나 충치등에 대해 잘 저항하지 못하는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잇몸 밖에 나와있는 치아는 완전히 씌워줘야합니다.

(왼쪽) 썩고 통증이 있는 치아를 ,(가운데) 신경치료 후 통증이 없자 크라운 치료 없이 사용하다, (오른쪽) 완적히 썩고 파절되어 발치하게 됨(연세구치과 환자)

(왼쪽부터) 충치로 잇몸으로 고름집이 생긴환자를, 신경치료 후 기둥을 세우고 크라운 치료과정, 4주만에 발치할 뻔한 치아가 잘 회복됨(연세구치과 환자)
또한 신경치료를 하고나서 위쪽에 생긴 구멍을 메운다고 하더라도, 틈이 생기거나 하면 신경관 안쪽으로 세균이 다시 침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뿌리 끝 쪽에 고름이 생기게 됩니다. 즉 치아가 입안의 세균이 깨끗한 뿌리 끝 뼈속으로 들여보내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크라운을 씌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진출처:연세구치과 환자
요즘에는 아주 단단하면서도 치아색과 유사한 지르코니아라는 재료가 있어서 크라운이 보기에도 흉하지 않습니다.
꼭 신경치료한 치아느 씌우는 것이 좋습니다.
3줄요약
1. 신경치료는 치아 안쪽의 손상된 신경조직을 제거하는 치료이다.
2.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는 약해져 잘 부러지거나 손상받는다.
3.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는 꼭 씌워주는 것이 좋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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