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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소)동화 아르고노트 이야기 feat.아르고호

by 아리사짱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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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호 이야기는 이전에 읽었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가 남성중심적이고 영웅들의 영웅담이 중심이 되는 서사시라고 한다면,
아르고호 이야기는 한 여자의 운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서사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이에손과 다른 영웅들의 모험을 그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와 비슷해 보이기는하지만 말입니다.

만약에 아르고호 이야기에서 이에손이 신의 도움이나 헤라클레스와 같은 초인적인 힘으로 ‘황금양털’을 강탈해서 귀환했다면, 또 한편의 그렇고 그런 영웅 이야기로 전락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르고호 이야기는 메데이아라는 비운(?)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이 여인의 사랑과 운명이 황금양털을 중심으로 한 과거 남성중심의 갈등구조를 해결합니다.
그리고는 메데이아는 자신의 사랑과 운명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중심의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독자(청중)는 이 사랑과 운명이 어떻게 될지 보고픈 열망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메데이아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암시를 통해서 향후 메데이아의 삶이 파란만장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저자였다면 메데이아를 중심으로 한 이후의 운명적인 삶도 같이 묶어서 한 권으로 출판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이 책을 쓴 아폴로니우스 로디우스는 기원전 295년경에 그리스에서 태어난 서사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 살면서 젊었을 때 종종 로도스 섬에 가서 은거했는데,
이 때문에 로디오스(로도스 인의 뜻)라는 성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의 현존 작품으로는 아르고호 이야기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르고호 이야기’는 아이손의 아들 이에손이 작은아버지가 강제로 자기의 아버지로부터 빼앗은 왕권을 되찾기 위해 콜키스의 황금 양털을 찾아오는 노역에 대한 모험을 그린 서사시 입니다.  

이 책의 앞뒤로 이와 관련된 더 많은 다양한 내용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1권 : 콜키스로 떠나기 위한 출발,
2권 : 콜키스로 가는 길
3권 : 콜키스에서 황금양털을 빼앗아 오는 과정
4권 :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향 이올코스로 돌아오는 과정
이렇게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권의 콜키스로 떠나기 위한 출발준비에서는 맨 먼저 이에손의 노역을 함께할 영웅들이 소개됩니다. 당시의 난다 긴다 하는 영웅들이 이 노역에 참가하기 위해 앞다퉈 모여듭니다.
몇 년이 걸릴지도 알 수 없고 힘들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그런 위험천만인 모험에 왜 다들 앞다퉈 참가하려 하는지 범상한 저의 가치로는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영웅들만 55명에 이릅니다. 영웅의 면면을 보면 오르페우스로부터 시작하여 헤라클레스, 멜레아그로스, 일리아스의 텔라몬,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등 당시에 이름깨나 있는 영웅과 반신들이 전부 모여듭니다.
(각 영웅에 시종 1인 그 외 배의 운행에 필요한 인원 0.5인으로 보면 최초 배에 승선한 인원은 “56명 + (56명 × 1명) + (56명 × 0.5명) => 140명”은 족히 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그렇게 많은 영웅들이 모여 출발할 때, 이에손의 어머니 알키메데가 이에손을 떠나 보내며 하는 통곡이 무척이나 절절하게 그려지는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어머니는 이에손의 목에 매달려 있었다. 날카로운 고통이
각각의 여자에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처음에 아들에게 두 팔을 감았던 대로,
그렇게 매달려 하염없이 울었다. 마치 완전히 혼자가 된

얼마나 좋았을까, 저 날, 이 비참한 내가
펠리에스 왕이 사악한 명령을 발하는 것을 듣던 그날,
즉시 영혼을 떠나 보내고 근심을 잊었더라면!

아아, 나의 재난이여! 한 번도, 꿈속에서도,
도망친 프릭소스가 내게 불행이 될 줄은 생각지 못했구나!”

이런 통곡에 대해 이에손은 다음과 같이 제법 의젓하게 말하며, 그의 어머니를 위로합니다.

“어머니, 부디 괴로운 슬픔을 그렇게 지나치게
쏟아내지 마십시오. 눈물로는 불행을 막을 수가 없으며,
오히려 고통 위에 고통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신들께서는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는 괴로움을 나눠주시니 말입니다.
마음속으로는 슬퍼하더라도 그것의 몫을
용감하게 견디십시오. 용기를 내세요, 아테네의 호의를 믿고,
또 신탁을 믿고서, 포이보스께서 아주 상서롭게
신탁을 주셨으니까요. 그리고 또 탁월한 영웅들의 도움을 믿으십시오.
…”

슬픈 이별을 뒤로하고 이에손은 영웅들과 함께 오이아그로스의 수금연주와 함께 순풍을 받으며 티퓌스의 사려와 지혜로서 항구를 떠납니다.

이제 아르고호는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로 렘노스라고 하는 여자들만 사는 섬에 가게 되고,
다음으로는 엘렉트레의 섬에 가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키아니스 땅 거주지에서는 헤라클레스를 남겨두고 떠나오게 되는데,
이는 아르고호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에손이므로, 이에손보다 더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헤라클레스를 이 모험에서 자연스럽게 제외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1장에서는 아르고호의 출발과 모험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모험이 그려집니다.

가장먼저 베브뤼케스인들의 왕인 아뮈코스와 결투를 합니다.
아뮈코스왕은 자기 왕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과 결투를 하는 조금은 이상한 왕입니다.
그래서 아르고호 원정대도 결투를 하게 되고, 튄타레오스의 아들 풀뤼데우케스가 나섭니다.
결투는 오늘날의 권투와 같은 시합입니다.
물론 풀뤼데우케스가 권투시합에서 이기게 되고 이어서 벌어지는 전투에서도 이깁니다.
이 전투에서 서로 죽이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리얼합니다.

“제일 먼저 카스토르가 돌진하는 적의
머리를 위에서 내리쳤다. 그러자 그 머리는 양쪽으로 나뉘어
이쪽저쪽 양 어깨위로 쓰러졌다.

걷어차서 먼지 속에 쓰러뜨렸고, 다른 하나는 가까이 온 것을
오른손으로 왼쪽 눈썹 위를 쳐서
눈까풀을 찢었고, 눈알은 드러난 채 남아 있게 되었다.
…”

다음으로 비튀니스 땅에서 예언을 남발해서 제우스로부터 벌을 받고 있는 피네우스를 도와주고 이후의 노역에 대한 예언과 모험을 위한 몇 가지 tip을 미리 듣게 됩니다.
이 예언과 팁 그리고 아테나의 도움으로 아직 아무도 통과해본 적 없는 ‘부딪히는 바위 사이’를 무사히 헤쳐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난 후에 이에손이 보여준 태도는 영웅들에 대한 격려와 안심이 아니라 그들을 시험하는 말을 합니다.

“나는 실수했고, 손쓸 길 없는 사악한 재난을 당했소.
펠리에스가 명을 내렸을 때 곧장 맞서서
이 여행을 거절했어야 했던 것이오. 사정없이
사지를 찢겨 죽을 것이었다 해도 말이오.

낮에 더하여 한숨 가득한 밤을 지키고 있다오,
.. 생명만을 걱정하면서,

안전하게 희랍 땅으로 데려가지 못할까봐”

일리아스에서 아가멤논이 트로이와의 전투를 앞두고 싸우기보다는 돌아가자고 하면서 모두를 시험한 것과 꼭 같이 이에손은 아르고호의 영웅들을 그렇게 시험합니다.
이에 대해 영웅들은 역시나 걱정 말라며, 향후에는 이러한 고통이 없을 거라 말하고 노를 저어 다시금 모험을 떠납니다.

힘든 일을 같이 하는 동지들을 이해하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을 ‘시험’하는 이런 모습은 그렇게 영웅스럽지 않습니다. 물론 서사시에서 사용하는 반어적인 표현인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이후에도 계속 이런 저런 모험과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아레스의 섬에서 난파한 프릭소스의 아들들을 구해주게 됩니다.
프릭소스의 아들들은 콜키스에서 프릭소스가 태어난 오르코메노스로 가는 중이었는데 난파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아손은 그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황금양털이 멀리서 보이는 콜키스에 도착하게 됩니다. .

3권은 이에손이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테스의 시험을 무사히 마치게 되는데, 여기서 메데이아가 이에손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와 조국에 대한 배신에 괴로워하는 부분이 압권입니다.

헤라가 아프로디테에게 말하여 에로스로 하여금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사랑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메데이아는 신기한 약초로 만든 약과 천기누설을 통해 이아손이 불을 뿜는 황금소를 제압하여 밭을 갈게하고, 용의 이빨들로부터 나온 용사들을 제압하는 아이에테스의 시험을 무사히 마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은 자기의 아버지인 아이에테스 왕을 배신하고 조국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메데이아는 엄청남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 부분이 너무도 절절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불쌍한 나여, 고통스런 꿈들이 나를 얼마나 두렵게 하였던가!
두렵구나, 영웅들의 이 여정이 어떤 큰 재난을
가져오지나 않을지. 내 생각은 그 이방인 주위에서 떠도는 구나!

벗은 발로, 홑옷만 입은 채, 그녀는 정말로 … 가기를 열망하였다.
담벼락에 이어진 문지방을 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곳에, 방의 입구에 머뭇거렸다.
부끄러움에 가로막혀. 다시 뒤로 몸을 돌려
돌아섰다.

지향 없는 발길이 그녀를 이리저리 데려갔다.
그녀가 발길을 바로 잡으면, 안에서는 부끄러움이 그녀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또 부끄럼에 가로막인 그녀를 대담한 욕망이 부추겨 세웠다.
그녀는 세 번 시도하였고, 세 번 멈추었다. 네 번째로 다시
침상에 얼굴을 묻고 넘어져 몸부림쳤다.

그녀는 속이 타들어 가며
조용히 많이 운다, 과부의 침대를 바라보며,
혹시 여자들이 조롱하며 비웃지나 않을까하여,
그런 신부와 같이 메데이아는 슬피 울었다.

그러자 메데이아의 빰이 붉어졌다. 말하고
싶어하는 그녀를, 대답 못하도록 숫처녀의 수치심이 한참 동안 막았다.
한순간 그녀의 혀끝에 이야기가 올랐다가도,
또 한순간 가슴 속 저 밑으로 날아가 버렸다.
몇 번이고 그녀는 열망에 찬 입으로 말하고자 애썼으나,
소리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갑자기 고운뺨이 붉어졌다. 기뻐하는 그녀의 눈을
안개가 에워쌌다.

한 사내를 위해 자기 아버지와 버성기게 그러한 일을 꾸민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밉살스런 공포가 다시 메데이아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메데이아에게는 달콤한 잠이 전혀 찾아오지 않았다.
아이손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많은 걱정이, 황소들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하는 그녀를 깨워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불쌍하구나, 나여, 내 이제 재난의 이쪽에 있을까, 아니면 저쪽에?
내 마음은 사방으로 어찌할 바 없구나, 고통에 대한
어떤 도움도 없구나. 그것은 쉼 없이 그대로 불타는구나. 이전에 아르테미스의
빠른 살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
그것을 무릎 위에 놓고서 그녀는 울었다. 그치지 않는 눈물로
가슴을 적셨다. 눈물은 그대로 철철 흘렀다,
자신의 운명을 비통하게 슬퍼하는 그녀에게 그녀는 간절히 원했다.
목숨을 죽이는 약을 고르기를, 그것을 맛보고자.
…”

메데이아의 이러한 고뇌와 번민에 대한 탁월한 묘사는 서사문학상 최초로 사랑의 고뇌를 표현한 부분으로서 평가되는 그 역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표현이나 내용 또한 섬세하여 오늘날에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읽다보면 메데이아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져 옵니다.  

4권에서는 메데이아가 또 한번 아버지와 조국을 배신하여 콜키스의 국보라 할 수 있는 황금양털을 지키고 있는 뱀을 무력화시키고 이아손이 그 황금양털을 강탈해서 훔쳐가게끔 합니다.
그리고는 이아손과 함께 야반도주를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콜키스 병사들의 추적과 아르고호의 도망이 펼쳐지고, 이래저래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고, 다시금 갖은 우여곡적을 겪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에서도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자신을 콜키스에게 인도할 것 같은 느낌을 보이자, 콜키스 병사를 지휘하고 온 자신의 오빠인 압쉬트로스 속여서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알키노오스의 아내 아레테의 도움으로 귀향길 중간에 아이손과 정식으로 결혼하게 됩니다.

여기서 ‘사랑’이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에로스가 화살을 가슴 깊이 쏘아서 첫눈에 이아손에 반했다고 해도 그렇지요,
어떻게 아버지와 조국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국보인 황금양털까지 강탈하고 외간남자와 야반도주하고, 자기의 오빠마저도 속임수를 써서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사랑의 힘(?)입니다.

그런데 동서고금에는 이러한 예가 허다합니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도 그렇고 얼마전 화재가 되었던 영화 ‘색계’의 여주인공도 그렇습니다.
한번 사랑에 빠지면 부모도 조국도 세상의 모든 부귀와 명예도 다 필요없게 되니,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은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메데이아와 이에손이 귀향 후 잘 살았더라!” 한다면 두 사람은 행복했겠지만, 이야기 거리로는 조금은 모자라죠!
예 그렇습니다. 결국 그 둘은 나중에 갈라서게 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이 아니라 따로 ‘메데이아’을 읽어야 할 듯합니다.

이 밖에도 재미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에손이 메데이아를 만나러 가는데 눈치없이 암퓌코스가 따라오자 신이 보낸 까마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 이 삼류 예언자야! 어린애들도 아는 것을
생각할 줄 모르다니! 다른 낯선 이가 따라오면,
처녀는 총각에게 달콤한 말도
사랑의 속삼임도 건네지 않으리라는 것을!
꺼져버려, 이 엉터리 예언자, 생각 없는 것아!”

비록 신이 보낸 까마귀의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처녀인 메데이아의 속마음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구절입니다.


※ 첨부로 아르고호에 승선한 영웅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출발 당시 인원 : 이에손을 포함해 56명
2. 이후 인원 변동 : 낙오 2명, 사망 5인, 승선 6인, 하선 1인
3. 최종 귀환 인원 : 56명(이에손과 메데이아 포함 인원, 제외시 영웅들은 54인)
4. 기타 사항
- 아르고스는 2인으로 했습니다.
- 퓔라스와 같이 시종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제외했습니다.

[출처] [독서감상문] 아르고호 이야기|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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